안녕하세요. HEARTCOUNT의 양승준입니다.
AI 사건의 지평선
“AI 사건의 지평선(AI Event Horizon)”은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발전 속도를 계속 높이면서, 그 이후의 변화를 인간이 더 이상 예측할 수 없게 되는 시점을 뜻합니다. 물리학에서 사건의 지평선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블랙홀 주변 경계를 의미하듯, 이 지점을 넘으면 변화가 너무 빠르고 연쇄적으로 일어나 우리가 익숙하던 세상의 규칙이 더 이상 그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는 뜻입니다. 제프리 힌튼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류가 ‘정점 지능체’의 지위를 내려놓는 순간입니다. 그 처지가 어떨지 궁금하다면 닭에게 물어보라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곰과 요약
2025년 일본의 올해의 한자가 사람을 해치는 ‘곰(웅)’이었다면, 한국의 단어는 아마도 ‘요약’일 것입니다. “AI야, 이거 요약해줘.” 누군가는 열심히 요약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요약된 글을 길게 늘이며 지난 한 해를 보냈습니다. 기업 현장에서 AI 도입의 성과가 낮은 이유도 AI를 핵심 내용 요약이나 업무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만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처리해야 할 일의 총량이 정해진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업무가 더 빨리 끝난다고 해서 비용 절감이나 매출 증대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AI가 단순히 시간을 줄여주는 일을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거나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단계까지는 아직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 많이 읽으면 가난해진다
라는 말은 아마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현실감 없음을 경계하기 위해 생겨났겠지요. 지난 10년 데이터 많이 읽은 조직의 살림살이도 크게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우리 조직에 무한한 분석 스킬이 공짜로 주어진다면, 상황이 달라질까요? 이 답을 알지 못하지만, 데이터가 AI를 만나야 한다면, 그건 기존 분석의 자동화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 생산과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길모퉁이에서
가수 윤하는 “여긴 새로운 길모퉁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라고 노래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길모퉁이에 있습니다. 곧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데이터가 애증의 대상이었던 때가 그리울 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비가역적 지점(사건의 지평선)에 부쩍 가까워지는 일이 될지라도, AI가 데이터와 만나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돈이 되는 의사결정에 기여하는 일을 꿈꾸어 봅니다. 길모퉁이를 돌기 전까지, 더 좋은 결정을 하려는 의지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자세 정도가 우리의 유일한 경쟁력으로 남아있을 것도 같습니다.